같은 주에 터진 메모리 반도체의 두 얼굴
이번 주 메모리 반도체를 둘러싼 소식은 정확히 두 갈래로 갈렸다. 한쪽에서는 증권가의 목표주가 상향 보도가 쏟아졌고, 다른 한쪽에서는 미국발 집단소송 소식이 동시에 전해지며 같은 종목을 두고 정반대 평가가 뒤섞이는 모양새가 됐다.
조선일보는 2026년 6월 30일 자 보도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AI용 메모리 생산을 이유로 D램 공급을 줄였다는 의혹으로 미국에서 집단소송에 휘말렸다고 전했다. 아이뉴스24·매일경제(이상 6월 29일)도 미국 소비자들이 메모리 가격 담합 의혹을 제기했다고 같은 소식을 보도했다.
반면 뉴스웍스(6월 28일)는 노무라증권이 SK하이닉스 목표주가로 470만원에서 최고 500만원, 삼성전자는 67만원을 제시했다고 전하며, 두 회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약 15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함께 보도했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실적 기대감이 우세한 분위기다. 7월 7일로 예정된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실적 발표에서 역대급 영업이익이 확인될 것이라는 전망과,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 80% 도전 소식이 주가 하방을 지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소송 소식에 대한 불안과 냉소도 만만치 않다. 두 회사 모두 과거 담합 혐의로 거액의 벌금을 낸 전례가 있어 찝찝하다는 반응과, AI 수요발 공급 부족일 뿐이라는 반박이 팽팽히 맞서는 중이다. 메모리 단가 상승이 맥북·아이패드 같은 완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는 소식에 이른바 '칩플레이션'을 체감한다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
호재성 리포트와 악재성 소송 소식이 같은 주, 비슷한 시점에 한꺼번에 쏟아졌다는 점은 곱씹어볼 만하다. 메모리 업황을 보는 시각이 '얼마나 더 오를까'와 '이 상승이 정당한가'로 동시에 갈리고 있다는 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삼성전자랑 SK하이닉스가 갑자기 고소당한 이유가 뭔가요?
미국 현지 소비자 14명과 PC 조립·유통업체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및 가격 담합 혐의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메모리 3사가 전 세계 D램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HBM 생산 집중을 핑계로 범용 D램(DDR3·DDR4·DDR5) 공급을 인위적으로 줄여 최근 4년간 가격을 폭등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끝을 모르는 HBM 가격 인상, 증권가 전망의 근거는
HBM 가격 상승 전망에 증권가가 자신 있게 베팅하는 이유는 수치로 확인된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2026년 3분기 메모리 가격이 전 분기 대비 40~50% 추가 상승하고, 4분기에도 30~40%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2027년에도 전년 대비 40~45% 수준의 상승세가 이어진 뒤 2028년에야 가격 상승이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메모리 가격 전망(QoQ)
메모리 가격 전망(QoQ)
연간 가격 상승 전망
서버용 D램과 HBM 비중 확대는 이미 시작된 흐름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비트(Bit) 기준 서버향 수요 비중은 2026년 55%에서 2027년 62%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엔비디아 등 빅테크의 강한 가격 전가력에 힘입어 HBM4E 가격은 2027년 Gb당 3.0달러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26년에는 HBM3E가 전체 출하량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고, 차세대 HBM4가 점차 비중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HBM 가격이 도대체 얼마나 올랐길래 난리인가요?
이번 소송장에 적시된 원고 측 주장에 따르면, 메모리 3사의 의도적인 공급 통제로 최근 4년간 범용 D램 가격이 최대 700% 폭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오픈AI 등 빅테크 기업이 전 세계 D램 공급량의 약 40%를 흡수하면서, 일반 PC·스마트폰 제조사(OEM)들이 15~20%의 부품 원가 상승 압박을 떠안고 있다는 시장 구조도 함께 거론된다.
목표주가 숫자만 놓고 보면 상향 폭이 예사롭지 않다. 2026년 6월 기준 국내외 주요 증권사들의 전망치를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증권사 | SK하이닉스 목표주가 | 삼성전자 목표주가 |
|---|---|---|
| 노무라증권 | 470만원~최고 500만원 | 67만원 |
| 한화투자증권 | 430만원 | - |
| 디올투자증권 | 420만원 | 58.5만원 |
| 미래에셋증권 | 420만원 | 55만원 |
| 신한투자증권 | 420만원 | - |
| SK증권 | 400만원 | - |
| 삼성증권 | 350만원 | - |
| 대신증권 | - | 56만원 |
| KB증권 | - | 55만원 |
실적 전망치도 목표주가 상향을 뒷받침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6년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는 약 150조원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 약 170조원, 영업이익 86조~100조원 돌파가 기대되지만 지난 5월 타결된 노사협상에 따른 DS부문 일회성 성과급 충당금(10조원 후반대 추정)이 단기 변수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HBM 공급 부족이 이어지며 분기 영업이익률 80% 신기록에 도전 중이다.
증권사들이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대폭 올린 구체적인 근거가 뭐죠?
세 가지 근거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고 풀이된다. 첫째, HBM 공급 계약 물량이 이미 선점된 상태라 가격 협상의 주도권을 SK하이닉스가 쥐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AI 메모리 슈퍼사이클 진입으로 분기 영업이익률이 80%에 육박할 만큼 수익성이 극대화됐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셋째, 2026년 7월 10일로 예정된 미국 나스닥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이 가까워지면서 글로벌 메모리 대장주로서의 가치 재평가(PER 리레이팅) 기대감이 더해졌다. 이 ADR 상장을 통해 최대 45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목표주가 상향의 한 축으로 거론된다.
공교롭게도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실적 발표일(7월 7일)과 SK하이닉스의 나스닥 ADR 상장 예정일(7월 10일)이 불과 사흘 간격으로 붙어 있다. 7월 첫째 주가 올해 반도체 주가의 단기 변곡점으로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HBM 핑계로 D램 가격 조작?' 美 집단소송 전말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공급 감소가 의도적 담합이냐, 자연스러운 결과냐'다. 2026년 6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에 접수된 이 소송(사건번호 5:26-cv-06345-NW)에서 원고 측은 법원이 시장에 직접 개입해 공급 제한을 타개해 줄 것과, 독점금지법에 따른 3배 배상(Treble Damages)을 요구하고 있다.
소송을 주도한 로펌명은 2026년 6월 25일 자 소장 외에 국내 보도에서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구체적인 윤곽은 향후 절차가 진행되며 드러날 전망이다.
메모리 3사는 담합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HBM 제조에는 일반 D램보다 웨이퍼가 2~3배 더 들어가는 구조적 특성상 범용 제품 공급이 자연스럽게 줄어든 것일 뿐, 치열하게 경쟁 중인 기업들끼리 사전 합의나 공모는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HBM이랑 일반 D램(DDR4 등)은 정확히 어떤 차이가 있나요?
구조와 대역폭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일반 D램은 메인보드 위에 평평하게 배치되는 단층 구조인 반면, HBM은 얇게 가공한 D램 칩을 여러 층으로 쌓고 TSV(관통전극) 공법으로 전극을 연결한 입체 구조다.
이 덕분에 데이터 통로(대역폭)가 일반 D램보다 수십 배 넓어져 AI 가속기의 초고속 연산을 지원하지만, 공정이 복잡해 비트당 웨이퍼 소모량도 훨씬 크다. HBM 생산을 늘리면 그만큼 범용 D램 공급이 줄어드는 상충관계가 이번 소송의 배경이기도 하다.
이 구조적 상충관계가 이번 소송의 배경이라면, 같은 HBM 시장 안에서도 두 회사의 경쟁력 차이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보다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패키징 공정 기술 차이가 크다. SK하이닉스는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흘려 넣어 굳히는 독자 공법인 '어드밴스드 MR-MUF'를 적용해 칩 휘어짐을 줄이고 발열 제어 능력을 높였으며, 생산성도 3배 이상 끌어올렸다. 이 공정 경쟁력 덕분에 엔비디아 등 핵심 고객사 공급망을 먼저 확보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다면 이번 소송, 실제로 주가에 어느 정도 충격을 줄 수 있을까.
호재와 리스크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아래와 같이 정리된다.
| 구분 | HBM 가격 상승 모멘텀(호재) | 美 D램 담합 집단소송(리스크) |
|---|---|---|
| 핵심 내용 | 2026년 3~4분기 메모리 가격 분기별 30~50% 추가 상승 전망(제프리스) | 2026.6.25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법 제소, 원고 측 3배 배상 요구 |
| 주가 영향 | 증권가 목표주가 잇따라 상향(SK하이닉스 최고 500만원, 삼성전자 최고 67만원) | 단기 센티멘트 악재로 작용 가능, 폭락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 우세 |
| 과거 선례 | 2024년 이후 HBM 슈퍼사이클 흐름 지속 | 2002~2005 DOJ 조사(벌금 약 7.31억 달러), 2018~2022 소송(2022 항소법원 최종 기각) |
| 핵심 변수 | 7/7 삼성전자 2분기 잠정실적, 7/10 SK하이닉스 나스닥 ADR 상장 | 원고 측의 '명백한 사전 합의' 입증 여부 |

이번 미국 집단소송이 실제 SK하이닉스랑 삼성전자 주가 폭락 리스크로 이어질까요?
폭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과거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2002~2005년 미 법무부(DOJ) 조사 당시 삼성전자는 3억 달러,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하이닉스는 1억 8,500만 달러의 형사 벌금을 부과받았고, 관련 업체 전체의 벌금과 민사 배상액은 약 7억 3,100만 달러(한화 약 1조 1,300억원)에 달했다.
이후 2018년 제기된 D램 공급 제한 소송은 2020년 1심에서 기각된 데 이어, 2022년 미국 제9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당시 법원은 과점 시장에서 경쟁사 동향을 살피며 생산량을 조절하는 '의식적 병행행위'만으로는 불법 담합의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 역시 같은 법리적 장벽을 넘어야 한다.
원고 측이 단순한 동시다발적 감산을 넘어 기업 간 명백한 사전 합의나 비밀 서신처럼 구체적인 담합 정황을 직접 입증해야 하는데, 2022년 항소법원 기각 판례가 있는 만큼 법리적으로는 피소 기업들이 방어하기 수월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다만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법적 방어 비용 지출이나 내부 자료 제출 요구 같은 절차가 이어질 수 있어, 단기적인 매물 소화 구간은 나타날 수 있다.
2018년 소송도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4년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소송 역시 단기간에 시장의 관심에서 사라지기보다는 실적 발표 때마다 한 번씩 소환되는 배경 변수로 한동안 남아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HBM 슈퍼사이클 수혜 vs 소송 리스크, 결론은 아직 열려있다
결국 이번 이슈는 '단기 센티멘트'와 '장기 펀더멘털'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
소송 제기 소식 자체는 주가 상단을 일시적으로 누르는 심리적 악재가 될 수 있지만, 2026~2027년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CapEx)가 전년 대비 24~81%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비춰보면 본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올해 연말 HBM 가격 협상 시즌이 끝나면 반도체 주식 투자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실적 기반의 분할 매수와 포트폴리오 차별화' 전략을 권한다. 2026년 연말 HBM 가격 협상에서 2027년 공급 물량의 인상률이 확정되면 시장이 '실적 피크아웃' 우려를 걷어내고 추가 상향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다.
SK하이닉스는 나스닥 ADR 상장 이후 글로벌 자금 유입 모멘텀을, 삼성전자는 HBM4 글로벌 고객사 인도와 파운드리 신규 수주 가시성을 각각 체크포인트로 삼을 만하다.
가격 상승 사이클과 소송 리스크라는 두 트랙이 당분간 서로 다른 속도로 따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눈여겨볼 부분이다. 그만큼 어느 한쪽 뉴스만 보고 성급하게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두 흐름을 함께 추적하는 균형 감각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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